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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연재)

(5화) 아빠와 아들 단 둘이 제주도 여행

by 라파고1 20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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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단 둘이 제주도 여행

 

힘들어도 끝까지

새별 오름에 오르다

 

바닷가 바로 앞 숙소는 오감으로 제주의 바다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제주도의 거센 바람이 평화로운 물놀이를 쉽게 허락하지는 않았따.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중에 하나였다. 숙소는 깨끗하고 따뜻하여 숙면을 취하기에 꽤 괜찮았지만, 눈을 떴을 때 왠지 모르게 몸이 찌뿌둥했다. 커튼을 걷어보니, 야자수의 머리칼들이 강풍을 못 이기고 나부끼고 팔락대고 있었다. 만약 내가 제주도에 집을 얻게 되는 날이 온다면, 바닷가 바로 앞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오늘의 일정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와의 여행에서는 수학여행처럼 날짜별 시간별 계획을 촘촘히 지키는 게 쉽지 않은데, 당일 아이의 컨디션과 날씨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창 밖을 보니 바람은 많이 불고 있지만, 햇볕이 좋아 날이 흐리지는 않았다. 이런 날씨에는 바닷가에 인접한 곳에서의 활동은 어렵지만, 중산간 지역에서의 활동은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오름이 떠 올랐다.

아들, 우리 화산에 가볼까? (낚시)


모래놀이와 공룡만을 좋아하던 아이에게도 화산이라는 단어는 흥미를 유발하는 모양이다.

 

화산이요? 용암도 있어요?

지금 용암은 없지만, 예전에 용암이 흘러나오던 구멍은 있을걸?


오! 가요, 가요.


우리는 협재 부근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쪽에 있는 오름 위주로 알아보았는데, 서쪽에 있는 오름 중에서는 금오름과 새별오름이 검색 결과에 가장 많이 나왔다. 그중 금오름은 TV 예능과 인기가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후 유명 관광지가 되어버려서 아들과의 첫 산행지로 선택하기에는 인파가 부담스러웠다. 우리는 차로 20분 거리, 높이 119m(해발 519m), 등반에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새별오름에 가기로 결정했다. 신축성 있는 옷을 챙겨 입고, 만약을 대비해 달달한 간식 한 주먹과 셀카봉 하나를 들고 오름으로 향했다.

 




서둘러 준비해서 출발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벌써 오후 1시였다. 동네 뒷산 크기의 작은 오름이지만 족히 100대는 편히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장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벌써 'ㅎ'자 번호판을 관광객들의 렌트카가 꽤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앞으로는 한라봉 주스와 흑돼지 꼬치 등 지역 특산물 간편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이 여행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별오름은 주변에 높은 지형이나 건물이 없어서 제주도 서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풍경이 아름다울뿐더러 성이시돌목장과 왕따나무가 근처에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부지역 대표 오름이라고 한다. 이 오름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들불 축제가 열리는데, 오래전부터 농한기에 소를 방목하기 위하여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는 불 놓기 문화를 계승한 축제라고 한다. 축제 시기에는 억새풀을 잘 정비하고 오름 중턱에 글씨를 새기는데, 올해는 염원을 담아 "COVID-19 OUT"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수년 뒤 다시 올 새별오름에는 저런 문구가 없겠지

다시 만날 새별오름에서는 저 문구가 없었으면 좋겠다.

 



공기 좋은 오름에 마스크 쓰고 오르는 것도 추억은 추억이다

등반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경로는 단순했지만, 경사와 높이가 상당하여 6살 아이에게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완만한 구간에서는 뛰어서 갔고, 경사진 구간에서는 밧줄을 잡고 올라가다가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손잡고 올라갔다. 중간에 힘들다고 칭얼대긴 했으나 아이 스스로 끝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끝까지 올라갔다. 성인 걸음으로 30분 정도 소요된다는데, 아빠와 아들은 40분 정도 걸렸으니 꽤나 준수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정상을 밟기가 무섭게 내려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무서워서 중간에서 쉬지 못하고 서둘러 올라갔던 것이었다. 그래서 새별오름에 다녀온 사람들은 정상에서 '새별오름'이라고 새겨진 돌 앞에서 찍은 인증사진 하나씩은 있던데, 우리의 사진첩에는 없다. 정상에서만 없는 게 아니라 출발점에서도 없다. 아빠와 6살 아들 단 둘이 하는 여행에서 잘 나온 사진 같은 건 애초부터 이룰 수 없는 꿈같은 게 아닐까.

오름에 오르면서 화산섬인 제주도에 대해, 한라산과 기생화산인 오름에 대해, 분화구에 대해, 현무암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었으나, 아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데에 온 힘을 쏟았다. 아이에게는 이 산의 형성과정을 아는 것보다 끝까지 올라가는 것이 더 큰 목표였나 보다. 그리고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서 너무 좋아했다.


나도 이번 여행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 좋았던 경험으로 아이와 오름에 오른 일을 꼽는다. 다른 관광지에는 없는 오름에 가서 좋았고, 날씨가 화창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이와 손잡고 무언가를 성취한 첫 번째 경험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새별 오름에 올라갔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제주도에서 돌아올 때 하랑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아빠와 한라산 정상에 오르기로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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