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연재)

(4화) 아빠와 아들 단 둘이 제주도 여행

by 라파고1 2023. 2. 18.
반응형

아빠와 아들 단 둘이 제주도 여행

 


수면독립
여행 단 하루만에

아이와 단 둘이 여행할 때에는 외부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갈 때 필요한 물건들을 사 오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 엄마라도 함께 여행한다면 엄마와 아이는 숙소에 있고 아빠 혼자 슈퍼에 다녀올 여유가 되지만, 아이 단 둘이 여행할 경우에는 둘이 함께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아이 혼자 두고 숙소 밖 슈퍼에 다녀오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녁 먹고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레드향, 요거트, 우유, 소시지 등 숙소 안에서의 비상식량을 사서 들어왔다.

밤이 되자 제주도 작은 시골마을은 몇 개의 가로등만이 여행자의 눈이 되어주었으나, 골목 어귀를 다 비추지는 못했다. 낮 동안 할망들이 끌고 간 해초더미의 기록도, 이고 간 해산물의 발자국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고, 드문드문 켜진 민가의 희미한 불빛 너머로 파도소리가 부딪혀 들려왔다. 이 이질적인 풍경에 아이는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엄마랑 영상통화 할래요!



나는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보내오자마자 영상전화를 걸었다. 엄마 얼굴이 휴대폰에 나오자마자 아이는 오늘의 색다른 여정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주양육자에게 신나게 털어놓았다. 하늘에서 비행기가 너무 흔들려서 무서웠지만 형아라서 참았다는 이야기, 소라게를 20마리 잡아서 가두어 놓았는데 다 탈출한 이야기, 숙소 바로 앞의 고기국수와 고등어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아무래도 맛집인 거 같다는 이야기 등. 엄마와 떨어져 있지만 너무 신나 보이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조금은 '안' 괜찮았으면 하는 아이가, 너무 괜찮은 걸 두 눈으로 확인해서 일까?


엄마와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아이가 괜찮을까?
라는 질문에는 필연적으로
아이와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엄마가 괜찮을까?
라는 질문이 수반되어야 하나보다.


분리되어 보는 소중한 경험


공항에서 발권 후 탑승을 대기하는 시간에 SNS에 아이와 단 둘이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올렸을 때, 거의 모든 댓글이 나에 대한 칭찬보다 아내에 대한 부러움을 향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엄마였다. 본인의 이름 세 글자를 잊은 채 주로 엄마로만 살아가는 사람들. 집 회사만을 왕복하는 그녀들은 집에서는 누구누구의 엄마로, 회사에서는 무슨 대리, 무슨 과장으로. 어느 순간 아이가 본인 인생의 전부가 되었을 그녀들에게, 아이의 그림자가 되기를 스스로 자처하고 있는 그녀들에게는 가족의 밥을 짓거나 집을 청소하고, 아이를 씻기거나 빨래를 정리하는 그런 시간 말고 스스로에게 온전한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다.


와이프는 우리가 없는 3박 4일 동안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집에 일찍 오지 않아도 돼서 그동안 못했던 회사일을 열심히 했단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데, 하긴 없었던 취미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그렇더다하더라도 오징어에 맥주라도 하나 사다 놓고, 재미 없는 영화라도 한 편 틀어보지도 못했나보다.


잘 때 엄마가 필요했던 아이

 


아이는 생후 1,780일 동안 엄마 없이 잔 적이 없다. 엄마가 일이 있어서 밤늦게 오는 날에는 잠을 자지 않고 버티거나, 깜빡 잠이 들었다가도 귀신같이 눈꺼풀을 이기고 정신을 차리고서는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아이 엄마가 학원일을 하다 보니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올 수 있었고, 아침 9시에 어린이집을 갔다가 11시나 되어야 비로소 엄마 얼굴을 잠깐 볼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면, 그 마저도 엄마 얼굴을 못 보고 지나가버린다. 그렇게 발버둥 치는 아이가 불쌍해서 아이 잠자리 훈육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아이가 힘들어해도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 패턴은 아이의 성장과 발육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아이는 3.8kg 우량아로 태어난 후 어린이집에서 줄곧 키가 가장 컸었다. 보통 아이들과 손가락 하나 정도의 키 차이가 났고, 작은 아이와는 성인 손바닥 한 뼘만큼 차이가 날 정도였다. 그러한 키 차이는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었다. 우리 아이도 키가 안 큰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의 성장 속도보다 확실히 더뎠다. 동네 어린이집에서는 줄곧 가장 큰 편에 속하였으나, 올해 6살이 된 아이는 유치원 입학 첫날 자기보다 한 뼘이 더 큰 친구를 만나게 되었단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우리 부부는 괜찮은 부모가 못 된 것 같아서 가슴이 쓰라렸다.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공을 들인 일이 있다. 아이가 여행 당일 힘들어하지 않도록,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해 미리 말을 해주는 것이다. 하랑아, 아빠랑 둘이 여행 가는 거 알지? 엄마는 세 밤 자야 오실 거야. 출발하기 전 일주일부터 매일 말을 꺼냈다. 아이가 엄마 없이 지내야하는 밤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했다.


오히려 아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강했다

6살 꼬마 아이는 엄마 없이 아빠랑 둘이 여행 와서 너무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귤도 잘 먹고, 취침 준비를 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지만 칭얼대거나 울지는 않았다. 긴 여정에 피곤해서 그랬으리라 생각했으나, 2일 차에도 잘 잤고, 3일 차에도 그러했다. 집에서는 그렇게 시도해도 실패하고, 걱정만 하던 수면 교육이 제주도에서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아이는 담담해했고, 우리 부부는 어리벙벙했다.

쌔근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2023 육아휴직 총정리

 

2023 육아휴직 총정리 (신청대상, 신청방법 기간 급여 지급액 3+3부모육아휴직제 아빠 육아휴직보

육아휴직이란,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육아부담을 해소하고 계속 근로를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 및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기업의 숙련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제도로서, 임신 중인

lappago.com

 

스웨덴의 라떼파파(Latte papa)

 

스웨덴의 라떼파파(Latte papa)

라떼 파파란 한 손엔 커피를, 다른 한 손엔 유모차 손잡이를 잡은 아빠를 가리키는 말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빠를 의미한다. 육아휴직에의 선구 국가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빠

lappago.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