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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연재)

(3화) 아빠와 아들 단 둘이 제주도 여행

by 라파고1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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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단 둘이 제주도 여행

 

물 만난 아이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고 나서부터 나는 6 아이에게 가혹할 정도로 어른스럽기를 강요해왔다. 태어날 때부터 미세먼지와 생활하고 이젠 코로나를 마주한 인류 '호모 마스쿠스'. 공식적으로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친구를 제외하고는 하원 후에 또는 주말에 사적으로 만날  없는 아이들,  앞의 공원에서도 시원한 공기 한번 제대로 마실  없는 우리 아이. 바다를 보기만 해도 이렇게 좋을까. 아이가 얼른 바닷가가서 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손을 계속 잡아끌어,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신발만 갈아 신은  바닷가에 나갔다.

 

 

해수욕장의 햇볕은 따뜻했고, 바람은 쌀쌀했다. 모래 놀이하기에 알맞은 복장은 아니지만, 아이 건강이 최우선이므로 패딩을 입혀 나갔다. 월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의 참관 아래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제주도민인지 여행객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추정컨대 제주도민이라도 평일에는 생업에 종사하겠지.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럴 수 있겠지.

 

아들 녀석은 집에서 가져간 모래삽과 공룡 장난감으로 모래놀이를 하다가, 물이 필요했는지 조막만  삽에 물을 떠온다 바닷물 속에 발을 담갔다. 발을 담그자  밑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다리들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라게가 눈에 보였다. 원래부터  누나 따라 시골 냇가에서 물놀이  해봤던 아이 마냥 소라게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애초에 물을 길어오려고 챙겼던 노래놀이  안에는 순식간에 스무 마리 남짓한 소라게가 모여 있었다. 우리는 보관하기에 마땅한 통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주변의 모래로 성을 쌓고  안에 물을 담아 소라게를 보관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상누각이라 했던가. 잡혀 있던 크고 작은 인질들은 순식간에 모래성을 부수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나는 혼비백산하면서 눈에 보이는 인질들을 다시 잡아넣었지만, 그때는 이미 다시 넣을 성이 없어진 상태였다. 하랑이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물속을 첨벙거리면서 최선을 다해서 다시 잡아오고 있었으나 하랑이 바지는 물론 패딩 하단까지 젖고 있는  보면서 나는 포기해야 했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놀러 여기 제주도에 온 것이 아닌가.

 

그렇지! 이게 6살이지.

 

그렇게 우리는 택시, 공항 대기, 비행, 숙소 이동이라는 장시간 여독을 제대로 풀지도 않은 채 바닷가에서 두 시간을 넘게 놀았다. 부들부들 떨면서 춥지 않다는 아이를 연행해오듯 둘러업고 숙소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힌 뒤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맛집 리스트에 없는 작은 현지 식당에 갔다. 주력 메뉴가 있는지 살펴보고, 아이 입맛에 실패가 없는 고기국수와 고등어를 시켰다. 주문하는데 고작 2분 남짓 걸렸으나 아이는 잠이 들어있었다.

 

별 탈 없이 제주도에 왔다.

벌써 저물어가는 하루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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