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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연재)

아내가 집에 오지 않습니다

by 라파고1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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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킹파파입니다.


저는 직장인입니다. 고된 하루 업무를 마치고도 다가오는 퇴근 시각이 마냥 즐겁지 않습니다. 집에 가면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워킹파파입니다.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이제 너무나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워킹파파라는 단어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는 않습니다. 저 말고도 고군분투하시는 워킹파파들이 있으시겠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워킹맘과 저를 비교하면서 위안으로 삼아 보려 해도 비교하면 할수록 제 기분만 더 우울해집니다.

 

 

아내가 집에 오지 않습니다.

 


워킹파파인 저는 일반적인 워킹맘들과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워킹맘들의 남편들은 그래도 맨날 야근하지는 않잖아요. 남편이 야근이나 회식으로 늦을 때도 있지만, 칼퇴할 때도 있고, 와서 주도적으로 아이를 보살피지는 않더라도 무어라도 도와줄 수는 있잖아요. 의지할 수도 있고요. 제가 이런 일반적인 워킹맘과 다른 점은 제 아내는 거의 예외없이 밤 11시에 집에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학원 선생님입니다.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끝나면 그때 학원 수업이 시작하다 보니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해서 밤 10시가 되어야 일이 끝납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에 와도 밤 11시입니다. 이 덕분에 저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저녁 6시에 퇴근 후, 밤 11시까지 아이를 혼자 돌봐왔습니다. 퇴근 후 아빠 혼자서, 그것도 열외 없이 매일, 어린아이를 밤 11시까지 보살피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랑 레고를 하다가 치워도, 간식을 먹이고 씻겨도, 책을 읽어도 아이 엄마의 퇴근 시간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레고로 많은 시간을 때웠지만, 내일은 근처 공원에 나가서 축구라도 해야지 생각하면서 그럼 모레는 또 뭐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견디다 견디다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아내도 일을 하다 보면 일 끝나고 동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학부모들과 통화가 길어져서 늦을 수도 있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기가 갈수록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뭐야, 아직도 출발 안 했어?”

제가 아는 선에서 아빠들은 엄마 몰래 과자를 주고,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괜찮아, 다 그렇게 크는 거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말하기도 하고, 아이가 자기 전에 먼저 잠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거의 대부분 엄마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 같은 현상이 무엇에 기인해서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빠들은 본인이 주 양육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부 양육자 또는 이벤트 양육자쯤으로 생각을 합니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제가 아는 선에서 일반적으로요) 무슨 레크리에이션 강사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치는 자기 전에 아이 엄마가 잘 시키겠지.’
‘위험한 장난쳐도 괜찮아. 아빠도 어렸을 때 다 그렇게 컸어.’
‘예절은 엄마가 잘 가르치니까, 아빠랑 놀 때는 막 놀아도 괜찮아, 재밌는 게 중요하지’

저도 이러한 부 양육자의 위치에서 아이를 보살피는데, 나는 부 양육자인데 주 양육자인 아내가 매일 집에 늦게 옵니다. 이게 화가 아주 많이 나더라고요. 아이는 당연히 아내가 봐야 하고 저는 아내 오기 전에 잠깐 아이를 맡는 부 양육자일 뿐인데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거예요. 오늘도 그랬는데, 내일도 그래야 하고, 다음 주도 그래야 하는 거예요. 부 양육자의 처지에서 ‘내가 살기 위해서’ 더는 참을 방도가 없어진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일을 그만두게 하거나,
내가 이 상황을 인정하고 주 양육자가 되거나.

 

 

 

심리적인 갈등


이 당시에 저에게는 많은 심리적인 갈등과 고뇌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야겠지만, 씀씀이를 줄이면 외벌이도 불가능한 가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여,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을 때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어서 남겨놓은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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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 라떼파파 고과장

아들녀석
연신
엄무아 엄마 엄무아 엄마
엄마 일하러 가셨어
엄마엄마엄마엄마
아빠 있잖아 아빠랑 놀자
엄무아 엄무아아
엄마 곧 오실 거야 착하지
연신
엄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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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는 아이가 생후 18개월이었는데, 아이와 물리적으로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면서도 화학적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빨리 주 양육자가 퇴근해서 집에 와야 아이도 울음을 그치고, 나도 좀 편할 텐데...’ 라는 생각으로 시계만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이와 집에 단둘이 있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 당시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았을 때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일을 그만두게 하거나,
내가 이 상황을 인정하고 주 양육자의 위치에 들어가거나.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것은 아내의 일을 그만두게 하고서 얻는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였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당연히 중요한 결정 요소였지만 그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은, 과연 내가 아내의 일을 그만두라고 할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양육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방관자로 변모할 권리가 과연 나에게 있는가였습니다. 나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명확해지니, 결론은 오히려 간단했습니다.

그럴 권리는 저에게 없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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