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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연재)

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by 라파고1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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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주 양육자입니다.
심리적 갈등을 마치고, 내면의 결정을 한 후부터 저는 주 양육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직장이 있는 워킹 파파이건, 맞벌이건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녁 시간 5시간을 온전히 아이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 저는 심리적인 저항을 걷어내고 주 양육자가 되기를 결심하였습니다. 그저 심리적인 결단일 뿐인데, 부 양육자에게 주 양육자가 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첫 번째, 요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부 양육자였을 때는 아내가 해놓고 간 반찬이 있으면 먹이고, 없으면 배달시켜 먹거나 짜장라면을 끓여 먹기 일쑤였습니다. 먹일 반찬이 없으면 왜 집에 반찬이 없냐며 직장에 있는 아내를 타박하기도 하였고요. 그러나 주 양육자가 되고서는 인터넷 레시피 찾아가면서 아주 간단한 요리라도 하면서 아이에게 따끈따끈하고 건강한 음식을 해주고 싶어 졌습니다. 내가 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해줄 사람이 없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랄까요.
두 번째, 유치원에서 받아온 숙제를 봐주기 시작했습니다. 알림장을 열어서 오늘은 어떤 공지와 숙제가 있는지 확인해서 꼼꼼하게 같이하고 그날 받아온 책도 읽어줍니다. 유치원에서 참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걸 인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고, 우리 아이가 밖에서 이런 아이들과 서로 좋아하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숙제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연령 커리큘럼이 현재 어떤 것들이고, 우리 아이는 그걸 잘 따라가고 있는지, 끈기는 있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집안일을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아와 가사는 맞닿아 있다는 사실, 의식적으로 무관심할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으나 주 양육자가 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요리뿐만이 아니라 설거지, 청소, 빨래, 목욕 등 집 안에서 해야 하는 모든 일이 아이의 위생과 건강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하긴 했지만, 아내가 바빠서 내가 선심 쓰며 도와준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아니면 아이의 위생과 건강을 책임질 사람이 내 뒤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부터 저는 별칭으로 라떼 파파(Latte papa)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심리적인 고뇌를 끝내고, 주 양육자로서의 생활방식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라떼 파파란, 단어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1970년대 북유럽 스웨덴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아빠들에게도 법적으로 보장되면서 라떼 하나를 들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아빠들의 생활방식에서 유래하여 확산한 개념으로 알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했는가가 라떼 파파의 생활양식에 중요한 점은 아닙니다. 아빠가 육아휴직 후 전업 주식투자자가 되거나, 유튜브 틀어주기만을 반복한다면 그건 라떼 파파가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아빠가 아이와 어떠한 정서적 교감을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요.


이렇게 심리적인 위치의 변경 후 저에게도 감격스럽고 유의미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같이 목욕하면서 욕조에 앉아있으면, 아이는 그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오늘은 누구랑 짝꿍을 한 이야기, 어떤 친구가 선생님께 혼난 이야기, 생일인 친구가 있어서 생일파티를 한 이야기 등. 예전에는 제가 물어봐야 겨우 대답해 주거나,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젠 알아서 조잘댑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찾습니다. 예전까지만 해도 노는 것은 무조건 아빠, 그 외 모든 것은 엄마를 찾았는데 이제는 어지간하면 다 아빠를 찾습니다. 아이 또한 이제 저를 주 양육자로 인정하나 봅니다. 아빠한테 말하면 노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다 해결되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요즘에는 아내의 근무 시간이 다소 유동적으로 바뀌어서 항상 11시에 퇴근하지는 않습니다. 감개무량하게 저보다 일찍 퇴근하는 날도 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해야 할까요? 아이도 이제 6살이 되어서 우리 가정의 일들을 제법 이해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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